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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18:27

새길의 사랑- 정아경

조회 수 1140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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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길의 사랑

                                                                                         정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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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만나는 사람 거의 모두에게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 한 탓에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나 스스로도 지겹게 되어버린, 나에 관한 한 가지 한탄으로부터 이 글을 시작해야겠다. 나는 소싯적에,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꽤나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열혈신자였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 시작한 그 때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가장 많이 기도했던 것 중에 하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 학교에서 받은 상처, 나에 대한 불만에 대해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면 왜?’라고 따져 물을 때도 많았고, 솔직히 하나님의 사랑이 인간의 사랑만큼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서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면 내가 그 사랑을 느끼고 깨닫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적도 많았다. 하나님이 나를 위로해주시는 장면을 상상하며 눈물을 흘렸던 적도 있었고 나름대로는 그런 것을 영적 체험이라고 해석했지만 되돌아보면 극적인 신비체험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용케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을 잃지는 않았는데 나는 그 사랑을 마치 중학교 때 줄기차게 읽어댔던 하이틴 로맨스 만화 주인공의 사랑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그는 싸움 잘하는 일짱이고 나는 어리바리한 여학생, 그러나 그는 그에게 날아오는 수많은 사랑의 신호들에 냉정하게 반응하면서 오로지 나에게만 사랑을 준다는 그런 구도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성경 속의 폭력과 배타성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나만 확실하게 사랑받고 이승과 저승에서 안전이 확보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알지 못할 이유로 지옥행이 예정된다는 문제는 대단한 걸림돌이 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하나님의 사랑이 감각된 적은 없었지만 나는 결국에는 그가 나의 이런 판타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 옳아야 내가 아무리 성경책을 읽느라 중간, 기말, 모의고사 성적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도 반드시 기적적으로 점수가 높은 대학교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편애와 특혜가 없다면 하나님이 그렇게나 사랑한다는 내가 무지 상처를 받을 뿐더러 내가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온 학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께 얼마나 큰 망신이 따르겠는가.


그러나 고등학교 3년 동안 종교적으로 공들인 대학입시가 좌절되면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결국 내가 기대했던 종류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과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의지해왔던 종교를 버릴만한 배짱은 없었고 또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좋은 사람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의문과 원망의 기도를 반복하는 편을 택했다. 그즈음 대학교 채플예배를 인도하던 목사님은 은혜를 특별히 강조하시는 분이었다. 요지는 내가 하나님을 위해 일을 많이 하건 적게 하건 하나님이 나를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에서도 같은 말을 하긴 했지만 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열심히 경건생활 하는 것을 강조했던 반면, 대학교 채플에서는 제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아마도 채플 말씀의 영향을 받아 나는 마침내 내가 겪은 좌절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일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사랑한다. 하나님은 내가 예수님을 안 믿던 시절부터 사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일을 하든 안하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사랑한다. 만일 내가 공부를 안 하고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나보다 공부를 열심히 한 누군가가 피해를 입게 된다. 하나님은 그 사람도 공평하게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 특혜를 줄 수 없었다. 요컨대 나는 대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기독교인에게만 특별히 허락된 배타적인 사랑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사랑으로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채플 목사님의 설교에는 부작용도 있었는데, 어떤 설교를 듣든지 내가 좋을 대로 듣는 습관에 따라 나는 공부나 진로준비를 포함하여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매우 마음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였고 덕분에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내가 그토록 매달리던 교회 일과 경건 생활이 아니라면 그리스도인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도대체 무엇인지, 하나님의 사랑이 공평하다면 왜 세상은 그토록 불공평해 보이는지 그리고 하나님이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과 공평에 대한 생각에 부합하는 분이라면 구원의 조건이 왜 그리 세속적인 연줄 만들기처럼 이상한지 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든 자기를 믿는다고만 하면 천국에 보내주고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자기를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는 조건은 심히 불공평해 보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내가 가진 선택지 중에 가장 편한 방법을 택했다. 기도였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님이 응답을 안 하시면 불리할 것 같았고, 책을 찾아보는 일은 너무 많은 수고가 필요해 보였다. 나는 하나님께 시간 없으니 그냥 가르쳐달라고 했다.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에 공부하기 싫어서 줄줄 읽었던 성경책은 기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하나님이 응답을 주시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우선 예수님은 가장 큰 계명이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하셨는데 하나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교회일과 경건생활이 아니라면 그리스도인이 집중해야할 남은 것은 이웃사랑이었다. 예수님은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경건생활 만큼이나 타인의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중요한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문제는 아직도 다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세속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불공평의 조건들이 그 자체로는 별로 중요한 차이가 아닌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예컨대 내가 돈을 얼마나 가졌는지, 지식을 얼마나 가졌는지, 그 외에 능력이 얼마나 많은지 등등은 하나님께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다르게 나눠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구원의 과정에 대해서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말이 예수님 믿어요라고 기계적으로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등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기로 작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구원받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구원을 못 받는 것이니 이전에 생각하던 것 보다는 공평해보였다.


이런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자, 나는 매우 자신만만해졌다.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실에 대해 당당해졌고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교회 안과 밖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마음이 넓고 많은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예수님처럼 모든 사람과 자유롭게 만나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은 내가 신학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든 크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자신만만하다는 점과 기존의 교회를 비판한다는 점 때문에 교회로부터도 교회 밖 사람들로부터도 미움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웃 사랑이란 그렇게 개인적인 깨달음만으로 쉽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나는 새로운 깨달음이 인정받지 못하자 그것이 별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고 너무나 외롭고 의기소침해진 나머지 어디든 나를 받아주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교회가 새길교회에 정착하기 직전에 다녔던 교회였다.


                                                images6RANUHZQ.jpg


그 교회는 CCC와 네비게이토를 합한 형태의 선교단체를 기반으로 하는 청년들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다. 선교단체는 CCC4영리와 유사한 전도지를 만들어서 캠퍼스에서 노방전도를 했고, 전도가 되면 네비게이토처럼 11 성경공부를 했다. 나는 학부 때 알고 있던 친구를 통해 그 단체에 들어가 나를 챙겨주는 한 언니를 소개받았다. 그 때 당시 나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언니가 매일 큐티 나눔을 해주고 만나면 논문을 위해 기도해 주는 것으로 굉장한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교회를 일정기간 다니면서 나는 그 교회가 나를 통해 자신의 세를 불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교회가 은근히 나에게 암시하는 대로 행동했을 때 일이 잘못되면 나에게 일어나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 교회는 설교시간에 이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정통으로 돌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는데 그 교회 안에서 그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거의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 교회가 나를 이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는 나의 내밀한 깨달음을 전혀 소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나는 한 때 관심과 사랑이라고 여겼던 그들의 행동이 전혀 나라는 인격을 향한 사랑이 아니었으며 단지 자신의 사상을 주입시키고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는 발길을 끊었다.


그렇게 온갖 고난 끝에 드디어 도달하게 된 곳이 새길교회였다. 나를 새길교회의 일원이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조차 없는 다른 교회들을 전전하는 것에 신물이 났고 새길교회만은 내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단 몇 사람이라도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새길교회에 머물고 그렇지 않다면 아예 교회를 다니지 않고 책만 읽으면서 신앙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청년회에 참여할 때도 있었고 예배만 나갈 때도 있었지만, 굳이 나를 예배에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계속 교회에 나갔고, 점점 교회 사람들과 가까워져서 수련회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새길교회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설교도 들으면서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얻는 등 신앙적인 자극도 많이 받았다. 그런 영향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책도 한권 두권 모아두었는데 그 때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예비신랑 전도사님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 목록을 듣더니 신학생도 안 읽는 책이라며 놀라워했다.

어떤 사람들은 새길교회를 떠나면서 새길교회가 차갑다고 이야기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필요한 것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새길교회는 다른 교회가 주지 못했던 사랑을 준 교회였다. 다른 교회가 알아주지 못했던 나의 신앙을 이해해주고 수용해줄 수 있는 교회, 나에게 일방적으로 다른 생각을 주입하려 하지 않았던 교회, 나라는 인격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교회였다. 그리고 로맨스 만화의 주인공처럼 배타적이고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해 열려있는, 정의롭고 공평한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실천할 꿈을 꿀 수 있는 교회였다. 지금 예비신랑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 전날은 주일이었다. 그날도 나는 예배에 완전히 지각을 하여 이주향 선생님의 설교를 뒷부분밖에 듣지 못했다. 내가 거의 예배당 문 옆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인사하시는 선생님들께 자리를 비켜드려야 했는데 이주향 선생님께서 막 자리를 비키려던 나의 손을 꼭 잡아주셨다. 밤에 자려고 자리에 누워있는데 이제 이사를 가고 결혼하면 새길의 주일 예배에도 더 이상 못간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눈물이 났다. 이주향 선생님의 말 없는 악수처럼 잔잔하게 나를 사랑해주시던 새길 교우님들의 사랑이 마음에 떠올라서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정아경 자매는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30살 예비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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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사랑 2018.02.25 19:25

    정아경 자매님! 차분한 모습에 나지막하지만 분명히,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자매님을 전 꽤 인상적으로 보았거든요. 그런데 이젠 자주 못 보게되어 정말 아쉽네요.ㅠ
    다시 한번 좋은 글 감사하고요, 새로운 시작,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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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음 2018.02.26 02:48
    결혼 소식에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짝이 전도사님에, 새길교회에 못 나오게 된다니요... ㅜㅜ 언제 어디서든 질문을 잃지 않고..., 행복한 가정 일구기를 기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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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철 2018.02.26 10:51
    어려운 과정을 거쳐 찾아오셨는데 이제 자주 뵙지 못한다니 많이 아쉽습니다.
    새길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우리는 만족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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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yphard43 2018.02.28 00:39
    글을 읽으면서 잊고지낸 제 자신을 잠시 마주한 느낌을 가져보았습니다.
    고민 할 틈도 없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낙오되는 느낌을 가져야 하는 강박 같은 신앙을 저 역시 끝끝내 삼키질 못하고 외로이 고민하다 새길을 찾게되었거든요.. 좋은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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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困知 2018.03.05 14:42
    따뜻한 글 감사해요. 결혼 생활 행복하게 시작하시길 기도할게요! :) 교회에서도 가끔은 뵐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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