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속에서 신학을 만나다
박선옥
아무리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맥을 못 추는 시기가 저에게도 찾아왔습니다.
갱년기 때에는 의지나 성격, 습관 등 모든 것이 뒤집어진다고 합니다. 40~50대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우울해 합니다.
하지만 무슨 마술에 걸렸는지 저는 요즘 깔깔거리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생활에도 변화가 와서 이젠 조급하게 사는 삶이 시시해졌습니다.
그 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수고했다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도 하고 , 화창한 날엔 탄천으로 나가 바람과 물, 꽃을 보며 자연에 감동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걸으면서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며, 성찰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신학이 없는 신앙은 위태롭고, 신앙이 빠진 신학은 무의미하다는 말이 공감되는 요즘입니다.
교회를 잘 몰랐던 시절 30대에 다녔던 교회는 신학은 없었으나 신앙에 충실한 교회였습니다. 돌이켜보면 말도 많았던 대형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40대 초반 새길 교회에서 만난 '깊은 신앙, 넓은 신학'은 지금까지 나를 지탱하게 해준 신선한 경험 이었습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신학강좌가 이제서야 소중함으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 새길 미래위원회 평신도 신학 팀의 일원이 된 후 평신도로써 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신앙은 주관적이고 다양한 체험을 토대로 형성되는데 비해, 신학은 이를 논리적이며 종합적인 검증작업을 통해 체계화하는 역할을 하여, 건전한 신앙을 쌓아 가게 한다는 것입니다. 균형 잡힌 신앙을 위해서는 신앙과 신학의 조화가 필요함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새길 교회의 미래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당부한 말씀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첫째, 빌립보 교회의 사랑이 참된 지식과 통찰력으로 점점 풍성하게 되는 것.
둘째, 빌립보 교회가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는 교회가 되는 것.
셋째, 빌립보 교회가 의의 열매를 가득 맺어 하나님께 영광과 찬송을 드리는 교회가 되는 것.
종교적 삶에 있어서 잘못된 지식을 버리고 참된 지식과 분별력을 갖는 것은 건전한 신학을 통해 형성된다고 봅니다. 신학은 인간이 하나님에 관해 말하는 것이면서도, 그 작업을 하는 인간 자신을 회복하는 작업이기도 하기에 인간 구원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 100세 시대를 각자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하냐고 물으며 불안을 조성하는 사회분위기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인으로 잘 살고 있는지 반성해봅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지금을 새로운 황금기로 여기고 여유를 찾으려 합니다.
불안 극복의 해결책으로는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적 연대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새길 공동체 안에서 영혼의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성서를 바탕으로 하는 신학에 한 걸음씩 다가서면서 반응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불신은 신앙으로, 미움은 사랑으로, 탐욕은 절제로 변화하도록 한 마음으로 힘을 써 하나님과 우리, 형제와 형제가,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소망합니다.
신학은 남을 가르칠 목적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남을 평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하니, 멀게만 느껴졌던 신학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됩니다.
사실 신학이란 말은 내겐 아직도 부담이 되는 이름입니다. 마치 소개팅에서 만난 신학생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젠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을 시작할 때 커피를 마시듯, 그렇게 신학을 만나고 싶습니다.
** 박선옥 자매님은 2001년 겨울, 새길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친교부에서 봉사하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계속 새길 교회 안내자 역할을 희망하신다고 하네요.
진솔한 글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공감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