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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VIP는?

 

 

                                                                                                                                                        배찬수

 

 

얼마 전 가족들과 집근처 아웃렛 매장에 들렀다가 그곳에 있는 키즈 카페를 이용하게 되었다.

 

주로 부모들이 아이를 두세 시간 정도 맡기고, 그 시간 동안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편하게 쇼핑을 하라는 취지에서 만들어 놓은 곳인데 아이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아 아내와 나는 두 아이를 그곳에서 놀게 하고 오랜만의 나들이를 즐기려던 참이었다.

 

아이들과 카페 입구에서 출입을 기다리고 있을 때, 대기자들 앞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는데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서있었고, 그 옆에는 아이의 아빠와 점원 사이에 실랑이가 생긴 것 같았다. 별것 아니겠거니 하고는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였지만 분위기가 점점 더 심상치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손님으로 보이는 아이 아버지의 한 손에는 VIP라고 적인 빨간색 카드가 있었는데 대략 상황을 보니 카페 점원이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서비스나 대우가 부족했다는 내용으로 보였다. 급기야 옆에서 울먹이기 시작한 아이를 보자 그 아버지는 점원에게 당장 해당 프랜차이즈의 사장에게 전화를 걸도록 요청했으며, 점원이 이를 거부하자 아이의 아버지는 직접 해당 업체의 본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사람들 역시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다른 점원의 안내로 줄을 서있던 아이들이 모두 카페 안으로 입장을 하게 되었고, 소란의 당사자였던 아이 아빠와 카페의 점주는 다시 복도 뒤로 물러나면서 상황은 소강되었다.

 

                                                        imagesCADLJ3KS.jpg

 

그곳을 빠져나와 멍하니 어딘가를 걷고 있으면서도 조금 전 아이 아버지의 손에 들려져 있던 빨강색 VIP카드는 돌덩이처럼 마음 한 켠을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고, 발길을 옮겨 옆 건물의 극장에 도달했을 때 눈앞의 어떤 표지판을 보고서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에 쉽게 보이도록 표시한 VIP전용 라운지라는 문 옆을 지날 때였다.

 

나도 모르게 유리로 된 커다란 출입문 안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북적대며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내가 서있는 곳과는 대조적으로 그곳 출입문 내부는 몇 안 되는 사람들로 비교적 조용해 보였으며, 외부와는 구분되는 카페트 위로 크고 널찍한 소파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맞은편 유리창 밖으로는 아웃렛이 바라다 보이는 시원한 외부 조망을 자랑하고 있어서 그곳이 남다른 공간을 제공해주는 장소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VIP 멤버스라는 식별카드를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에게 제시해야 했다.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영화 티켓을 사려는 이들에게도 자본은 더 큰 기여를 하는 사람에게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처럼 극장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당신도 이곳에서 더 많은 돈을 쓰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더 큰 혜택을 드립니다라고 시각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몇 일전 회사에서 민원인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은 플래티넘 등급으로 안내장을 받은 고객인데 안내장에 적혀있는 담당자의 사후관리가 매우 형편없었고 따라서 그 동안 자신이 지불한 전체 보험료를 되돌려 받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사망을 하면 보험금의 지급 의무가 있어야 할 보험회사의 가입자에게도 사망보험금의 크기나 납입한 보험료의 차이에 따라 남들과는 구분되는 별도 등급의 고객으로 간주해주겠다는 자본의 가르침이 그 고객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기업의 입장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에게 큰 비용을 들여서 더 자주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수익극대화의 방법이었고, 오래 전부터 많은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VIP마케팅에 뛰어들었으며, 결과적으로 풍요롭지만 대부분 사람에게는 상대적 빈곤만을 가져다주는 소비의식의 고약한 자기 병폐를 사회 곳곳에서 키워온 것 같다.

 

 그 기운이 교회 안에는 없었던 것일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많은 교회가 교회 내에서 헌신과 믿음의 대가로 내건 천국세계도 결국 특별한 마감재와 빛나는 대리석, 탁 트인 창문 너머로 감히 아무에게나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치장되고도 남을 것 같은 그들만의 VIP라운지를 영원한 생명의 안식처로 포장해 온 것은 아니었을까? 교회 내 상하 높낮이에 따른 직분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각 신도들의 기여의 차이에 따라, 그들에게 기억되고 예약될 천국 서비스는 당연히 차이를 둘 수 밖에 없다.

 

                                                   untitled.png     

 

예수께서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다가 십자가형으로 목숨을 잃으셨던 이스라엘 민족의 시대적 상황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와 비교될 수는 없지만, 시대와 사회를 떠나 체제 속에서 예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래서 제자들을 통해서도 그들의 편이 되라고 강조했던 예수의 VIP는 누구였을지 고민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국가 기관을 통치하며 많은 사람의 머리 위를 군림하는 권력자가, 혹은 소비와 개인주의에 물들어 자신이 지불한 자본의 경험적 가치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에 대해서는 단지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착각에 사로잡힌 개인들이 스스로를 VIP라고 여겨온 것이 아니었나 반문하게 된다.

    

지금 내 주머니엔 합당한 돈이 있으니,

또 나에겐 빨강색 VIP카드가 있고, 나름 흡족한 직분과 주변 시선들로부터의 평가도 받았으니, 이제는 눈이 있어도 볼 필요가 없고, 귀가 있어도 예수의 VIP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없게 된다.

 

아버지로써 자식의 안락을 보장해주는 자본의 선물인 VIP카드 너머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고, 생활의 남다른 편익과 위안을 제공하는 교회의 담장을 나왔을 때 마주하게 되는 보통사람들의 암담하고 슬픈 현실은 외면해도 된다.

 

이 시대의 예수님의 VIP는 과연 누구일까?

 

 

** 배찬수 형제님은 경북 예천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으며, 현재는 ING 생명에서 근무하고 있는 예쁜 두 아이들의 아빠입니다. 새길교회는 201411월부터 출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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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사랑 2015.11.10 18:43
    형제님! 마다하지 않으시고 바쁜 가운데 좋은 글 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사진에서 본 아이들이 넘 사랑스러워요.ㅎ

    자본의 논리에 따른 서비스 차등도 우리들의 연대감을 점점 희석시키게하는 요인임에 씁쓸하네요.ㅠ
  • ?
    김근철 2015.11.10 21:32
    vip 카드대신 그들에게 빨간 경고 카드를 보여주고 싶네요.
    새길에서 형제님을 만난것이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잔잔한 미소로 인사하고 대화하는 형제님이야말로 언제나 새길의 vip인것 같습니다.
  • ?
    최만자 2015.12.03 13:59
    배찬수형제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형제님의 잔잔하고 따뜻한 품성이 글에서 그대로 묻어났읍니다. 사회도 교회도 이상해지고 있는 세상입니다. 마음 다잡고 정신차리고 살아야 정신 나가지 않을 것 같아요. 새길에 함께 계셔서 참 좋습니다.
  • ?
    정영훈 2015.12.21 10:15
    형제님, 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예수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명료하게 요약한 질문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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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국 2016.02.05 09:25
    늦게나마 형제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남보다 더 대접받고자 하는 욕망을 떨쳐내는 일이 쉽지많은 않겠지요. 서로 조금씩이나마 매순간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
    이승희 2016.02.11 23:47
    VIP고객은 돈을 위한 이용의 대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정으로 사람대접을 하고 또 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가 VIP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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