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조회 수 1298 추천 수 1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세월이 가면: 기억과 공간


                                                                                                      김보식 


images.jpg


덴마크는 거대한 감옥 같아.” _햄릿_ 중에서

세월호 특위의 활동이 사실상 시작도 못해보고 중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월호를 둘러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기 위해서 한데 잠을 자고, 단식을 하고, 도보로 서울과 진도를 오가고, 오체투지를 하는 유가족들은 한국이라는 거대한 감옥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했던 이가 사라져 버린 고통스러운 기억의 감옥에 더해서, 죽음의 이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병든 한국 사회라는 거대한 감옥에 갇혀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는 셈이다. 

세월이 가도, 아니 세월이 갈수록 더더욱 선명한 그리움에 가슴 저미게 하는 것이 사랑했던 이에 대한 기억이다. 기억은 끊임없이 사랑했던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기억은 기억하는 주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멈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살아 숨쉬는 동안 유가족들은 빚쟁이처럼 수시로 찾아오는 기억과 마주한다. 누구도 수시로 찾아와 상처난 부분에 소금을 뿌리듯 다시 죽음의 고통을 현실의 고통으로 바꾸어 놓는 기억이라는 감옥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유가족들은 기억만으로도 이미 세상과 세상을 분리할 없을 정도의 고통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억의 고통은 동시에 유가족들을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에 위치 시킨다. 이미 떠난 버린 이들이지만 그들의 기억은 이승에 남아서 같이 있기 때문에, 기억이 망자가 떠난 공간을 여전히 망자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리 내부의 기억이라는 감옥을 실제 현실 속의 공간으로 재현해 놓는 셈이다. 재현의 공간을 망자와의 즐거웠던 기억의 자락을 채우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망자의 원혼이 깃들어 살아남은 자들을 얽어 매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는 결국 애도의 행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같다. 애도는 유가족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사랑했던 것을 증명하는 행위이자 동시에 이미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이 감옥에서 나올 있는 길이다. 아무런 이유를 모른 아이들을 떠난 보낸 유가족들은 죽음의 진실을 밝혀 냄으로써 사랑하던 이들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표하는 것이고 것이 그들의 마지막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복수를 하기 위한 진상 규명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며 동시에 수없이 찾아 오는 기억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도로서 잠재우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인 정의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들이 살던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공간은 바로 지옥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 수도 없고, 오히려 실체를 밝혀야 대상이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막게 되면 그들은 햄릿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복수를 외치는 유령과 마주하게 된다. 유령을 마주한 햄릿은 우울함에 빠질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자들을 모두 처단하고 자기도 죽는다. 애도를 막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파멸을 가져오는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공동체를 파괴시킨다. 그것이 바로 세월호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없는 이유이다.  


                                                                   images4.jpg


기억은 공동체 없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중에 누구는 망자의 친구였고, 이웃이었다. 우리라는 공동체 자체가 망자의 기억과 얽혀 있기 때문에 유가족들에게는 망자를 기억나게 하는 존재로서 힘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유가족의 문제로 돌리고 그것을 국가를 위해 양보하거나 경제적인 문제로 진실 규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공동체는 마치 망자들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유가족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로 만듦으로써, 유가족들을 기억의 감옥에 옮아 맴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거대한 불의와 부정의 감옥 속에 가두게 한다.  순간 유가족들이 마주하는 세상은 지옥이 되고, 기억의 감옥과 거대한 한국이라는 감옥을 탈출하고자 복수나 스스로 목숨을 끝내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도할 공간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죽게 것인지를 알게 해달라는 외침에도 아무런 요동이 없는 모습은 공동체가 사라졌음을 말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숨쉴 공간도 뺏고 유가족들을 사지로 몰아 넣는 잔인한 공동체의 모습인 것이다. 마치 거대한 감옥을 탈출하는 길이 햄릿의 절망적인 죽음뿐임을 예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를 향해 기억해 달라고 외치는 유가족들의 외침은 공동체가 같이 기억함으로써 유가족들에게 망자를 잊을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잊을 있게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달라는 것은 유가족들도 살고 싶다는 외침인 것이다.   외침에 답하고 싶다.



** 김보식 형제님은 미국 웨인주립대 영문학과 박사후보생으로서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밀튼과 당대 여성 예언가들의 시와 산문 장르의 혼용을 통한 언어 실험에 대한 박사논문을 작성 중입니다.


  • ?
    루시사랑 2015.03.06 22:01

    시기적절한 좋은 글을 써주신 김보식 형제님께, 그리고 이 소중한 글의 충실한 매개자 역할을 해주신 김명식 형제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세월호 유족들이 진정한 애도를 할 기회도 주지 못하여, 형제님 말씀처럼 이런 기억의 감옥과 고통의 시간이 유가족들을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공간에 위치 시키고 있는게 아닌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ㅠㅠ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기록해간 증언문학자인 프리모 레비도, 살아남은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고통의 기억에 대한 트라우마로 결국은 자살을 택하는데, 진정한 애도도 씻김굿도 못한 세월호 유족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보듬음은 당연히 우리 사회의, 그리고 우리들 공동체의 몫이겠지요.

  • ?
    김근철 2015.03.08 08:12
    보식 형제님, 건강하지요? 보고 싶네요~~

    사회적인 정의체계가 작동하지않는 사회에서는 인간과 악마만이 존재한다지요.
    악마같은 사람들 그들이 이끄는 집단을 볼때마다,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우리 공동체가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생각해봅니다.
    아울러 우리 공동체가 고난의 이웃에게 선한 영향과 변화,
    그리고 더 커다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 ?
    정영훈 2015.03.11 19:34
    보식 형제님
    멀리 있어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물가에서 형제님 글을 읽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명식 형제님 볼 때 마다 보식 형제님도 생각납니다.
    (혹 두 분 다 싫어하시려나? 우린 다르게 생겼거든요, 하시면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정영훈 2015.03.11 19:35
    보식 형제님
    멀리 있어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물가에서 형제님 글을 읽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명식 형제님 볼 때 마다 보식 형제님도 생각납니다.
    (혹 두 분 다 싫어하시려나? 우린 다르게 생겼거든요, 하시면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정영훈 2015.03.11 19:35
    보식 형제님
    멀리 있어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우물가에서 형제님 글을 읽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명식 형제님 볼 때 마다 보식 형제님도 생각납니다.
    (혹 두 분 다 싫어하시려나? 우린 다르게 생겼거든요, 하시면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김희국 2015.03.13 15:33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굴러가고 있는게 참 이상하지요. 멀리서 함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의 글 잘 읽었습니다. 보식형제 평안을 빕니다.
  • ?
    최만자 2015.03.16 10:28
    보식형제님, 좋은 글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마음이 더욱 아려지는 때, 그저 잊지않겠다는 마음으로 달래는 무력함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도 세상은 굴러가고 있으니 어이 없지요. 학위 잘 마치시고 새길에서 반가이 만납시다.

  1. 나는 버마 난민촌에 왜 가는가- 권태훈

    Date2017.04.23 By루시사랑 Reply3 Views270 file
    Read More
  2. 이 모습 이대로- 민병배

    Date2017.02.25 By루시사랑 Reply6 Views617 file
    Read More
  3. 나를 울게 하는 것- 김문음

    Date2016.12.20 By루시사랑 Reply12 Views807 file
    Read More
  4. 나의 기도에 관하여- 백성광

    Date2016.11.07 By루시사랑 Reply5 Views887 file
    Read More
  5. 나의 방언 이야기- 강기대

    Date2016.08.31 By루시사랑 Reply15 Views1660 file
    Read More
  6. ILO에서 바라 본 한국의 노동- 이건우

    Date2016.05.27 By루시사랑 Reply19 Views1388 file
    Read More
  7. 커피 향기 속에서 신학을 만나다- 박선옥

    Date2016.04.11 By루시사랑 Reply7 Views1250 file
    Read More
  8. ‘광장’ 안의 우리들? ‘광장’ 밖의 우리들?- 이혜영

    Date2016.01.22 By루시사랑 Reply12 Views1090 file
    Read More
  9. 예수님의 VIP는?- 배찬수

    Date2015.11.10 By루시사랑 Reply6 Views1440 file
    Read More
  10. 내 평생 떨쳐 버리지 못한 충격- 양재복

    Date2015.09.04 By루시사랑 Reply9 Views1257 file
    Read More
  11. 진단으로써의 원죄- 강기대

    Date2015.07.10 By루시사랑 Reply7 Views1821 file
    Read More
  12. 노동과 사회, 그리고 소프트웨어- 안재하

    Date2015.05.10 By루시사랑 Reply5 Views1042 file
    Read More
  13. 세월이 가면: 기억과 공간- 김보식

    Date2015.03.06 By루시사랑 Reply7 Views1298 file
    Read More
  14. 심리적 고통에서의 자유를 꿈꾸다- 문현미

    Date2015.01.02 By루시사랑 Reply9 Views2643 file
    Read More
  15. 빚진 자의 기억하는 법- 장은정

    Date2014.11.28 By루시사랑 Reply6 Views1566 file
    Read More
  16. 지금 시작하면 언제 주인공 돼?- 송준화

    Date2014.10.22 By루시사랑 Reply8 Views2432 file
    Read More
  17. 꽃보다 청춘이었을까?- 최균

    Date2014.09.13 By루시사랑 Reply9 Views2177 file
    Read More
  18. 수상록 - '신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다시 고찰하는 선악의 변증법- 윤동환

    Date2014.08.08 By루시사랑 Reply6 Views1696 file
    Read More
  19. 냉정과 열정 사이- 김옥순

    Date2014.07.05 By루시사랑 Reply8 Views1535 file
    Read More
  20. 세월호 참사 - 편법, 위법이 판친 세상에서 생명존중과 공감이 사라진 현장 - 최만자

    Date2014.05.22 By루시사랑 Reply6 Views1567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