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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용서하지 마십시오

 

                                                                                                                              박흥식

 

새길 칼럼에 글을 써달라는 문자를 받고 고민이 되었으나 곧 쓰겠다고 한 것은

자매 한 분한테서 여자 교도소에 다녀온 이야기 쓰면 되겠네.’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그리고 결코 잊을 수 없는 4 16일이 있었고, 일주일이 지났고, 원고 마감은 다가왔습니다.

무엇을 써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마감이 한두 달 늦추어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 사이 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러니까 누구의 부탁도 받지 않고 쓴 글 가운데 일부를 여기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우리 자매, 형제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치우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제 무성의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images[4].jpg                            


4 17,

 

나만 살려고 내달았고

너만 살라고 내몰았는데도

너희는 함께 살려고 했구나.

22살 여승무원 너는 17살 동생들을 살리고 죽었구나.

17살 너희들은 5살 동생을 살리고 죽었구나.

먼저 산 선장과 다를 바 없는 우리는

부끄러운 얼굴을 들고 이 생지옥에서 살아가마.

너희는 천국에서 살아라.

미안하다, 17살 꽃들아.

하지만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이 생지옥으로 돌아와 주면 안 되겠니?

 

4 20,

 

우리 식의 자본주의가 국민을 일렬 종대로 세워 놓았습니다.

맨 뒤에 서 있는 사람의 바로 뒤는 벼랑 끝입니다.

자본이 맨 앞의 사람을 톡 치고 지나갑니다.

이 여파가 도미노처럼 미쳐서 맨 뒤의 44명이 벼랑으로 떨어집니다.

이 일이 매일 반복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한 줄이라도 다른 사람 앞에 서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자본은 오늘도 맨 앞의 사람을 손가락으로 톡 치고 웃으며 지나갑니다.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아무도 덤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제 불길한 예감이 맞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래를 보지 않고 위의 눈치를 보다가,

그러니까 abandon ship을 하지 않으려다가 결국 abandon all을 했습니다.

단원고 교감이, 교사들이, 학생들이, 여승무원이,

5살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넘긴 6살 오빠가

우리에게 일렬 종대가 아니라

일렬 횡대로 손에 손을 맞잡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본을 에워싸고

너만 살려고 하면 너도 결국 죽는다고

같이 살자고 외치라고 하고 있습니다.

 

4 22일,

 

그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나는 그를 떠났지만 나는 지금 그가 그립다.

그였다면 분명 바로 헬리콥터에 올라타 내려오는 동안 국내 최고의 민간 잠수사를 총출동 시키고 미군은 물론 꼴 같지 않은 아베한테도 해난구조대를 즉각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북한에라도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바로 옆 군함 갑판 위에서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컵라면을 먹으며 직접 구조를 진두지휘하고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48시간 내에 배 안에 잠수사를 침투시켜 벌써 수십 명을 구조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족을 끌어안고 누구보다도 많이 울어주었을 것이다.

국민은 같이 기도하고 같이 우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서도 그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부터 책임을 지려고 했을 것이다.

아니다. 그가 있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짜 우리의 대표는 우리처럼 산 사람, 우리와 함께 울어줄 사람이다

 

4 24일,

 

오늘은 진짜 일을 해야 하는데
구명조끼 끈을 서로 묶은 채 떠난 아이들이
또 하루를 울음으로 시작하게 하는군요
.
배는 뒤집혔어도 떠 있었고 그건 에어포켓이 분명 있었다는 건데

아이들이 함께 살기 위해 벌였을 사투와 공포를 생각하면…

우리는 우리의 죄를 어떻게 감당하고 살까요…

 

이번에 딸을 하늘나라로 보낸 어느 어머니의 말씀입니다.
‘다 정리하고 떠날 거예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어머니,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앞에 계시다면 같이 안고 울어드리고 싶습니다
.
우리가 보낸 어머니의 딸보다 더 어린 자식을 둔 나는

이 나라를 그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나라로 만드는 데
언젠가 한 번은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실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데

조금의 힘이나마 쏟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1,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기도도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드릴 때 들어주시겠지요.

72시간이 지나도록 현장에서 거짓만 들려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직 믿음도 약하고 틀도 갖추어지지 않은 저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많이 많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아빠 하느님한테 원망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기도합니다. 우리를 결코 용서하지 마시기를




**박흥식 형제님은 영화 감독으로 영화 "역전의 명수", "경의선" 등을 연출하셨으며, 재밌는 

영화 강연과 더불어 현재는 기대되는 차기 작품을 준비중이십니다. 











  • ?
    루시사랑 2014.04.25 10:36

    저두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했어요. 그분이라면 어땠을까?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우선인  그의 외침이 작금의 이땅에서는 경제논리와 효율이란 허울아래 내동댕이쳐지고 있다는 기분이네요.

    초등 대응부터 현재까지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정부 모습에 이토록 무능하고 아마추어적인 정부가 또있나 싶네요.
    게다가 지금은 유체이탈 화법에 책임 전가까지... 넘넘 화가 나요.

    박흥식 형제님 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깊은 슬픔의 나날을 보내실 피해자 가족들에게 묵인해온 한 죄인으로써 미안하단 말 밖에 못하겠네요.

  • ?
    김근철 2014.04.25 10:47
    물속에서 죽어가던 그 순간도, 그들은 그들이 여태껏 믿어왔던 신에게 기도를 했겠지요?
    그들만큼 간절한 기도가 또 어디 있었을까요?
    정부에게 외면받고, 신에게 외면받은 사람들........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 ?
    정영훈 2014.04.30 10:55
    어려운 시기에 ....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 잔인한 시절 입니다.
  • ?
    김희국 2014.05.01 13:22
    괴로움 속에서 용기를 내어 쓰신 글 감사합니다. 60여년 사는 동안 한국인으로 산다는게 이렇게 부끄러운 줄은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참담합니다....
  • ?
    김희국 2014.05.01 13:22

    중복으로 올라갔네요. 이 댓글은 삭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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