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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02:57

그래도... 즐거웠지?

조회 수 2179 추천 수 1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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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할정도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어요. 아마 어떤 마음의 감동을 받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어떤 중요한 일(생각)과 연관되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특별히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장면도 그런식으로 제 뇌리속에 뚜렸이 자리잡고 있는 장면들중 하나입니다. 6-7년 전쯤에 전 훈련소에서 4주 훈련을 받고 있었어요. 전 영농후계자로 병역특례를 받았기 때문에 그냥 4주 훈련만 받고 끝입니다. 그렇게 훈련소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을 때였어요. 그날은 총검술을 배우는 날이라서 인근 숲속 공터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총검을 찌르고 베고 소리를 내지르며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대대장이 심심했나봅니다. 훈련을 하다 말고 기마전을 하자고 제안하지 머예요. 다들 신이 나서 기마전을 준비합니다. 몸이 가벼운 저는 위에 올라타서 상대팀의 철모를 빼앗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듭니다. 사실은 제가 달려드는게 아니라 밑에 덩치큰 녀석들이 달리는 거지만.. ^^;;

 그런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한 녀석이 땅바닥에 나동그라 졌어요. 그 녀석을 살펴보던 조교는 급히 위생병을 부릅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조교들은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부상병을 병원으로 이송한 후 모든 훈련병들은 공터에 일렬로 집합했어요. 대대장은 단상위에서 말없이 담배만 피고 있고 훈령병들은 무슨 죄나 지은 모양으로 고개를 떨구고 땅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담뱃불을 끈 대대장이 단상 중앙으로 천천히 나오더니 마치 귓속말을 하듯 훈련병들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작은목소리로 은근하게 미소지으며 말했어요.

 "그래도... 즐거웠지?"

 다들 큰소리로 웃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많이 풀렸나봅니다. 땅만 쳐다보던 얼굴은 들리고 미소가 어립니다. 나는 어울리지 않게 '하하하'하고 통쾌하게 웃었지요.  

 이 장면은 내 기억속에 워낙 뚜렸히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딱히 옛날일을 되집어보거나 애써 거억해내려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또.. 내가 어렵고 힘들때 주로 떠올리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살다보면 별의별일들이 다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내 마음이 그렇듯이 과거에 상처받은일, 화났던일, 슬펐던일들만 있었던것처럼 마음이 안좋을때가 있습니다. 안좋은 마음은 안좋은 생각을 일으키고 좋지못한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그러므로 오해는 깊어지고 희망을 잃어갑니다. 마음은 갈피를 못잡아 혼란에 빠지고 강팍해지며 적을 만듭니다. 내가 만들었고 나의 적입니다. 그러니 곧 나 자신입니다. 나 자신을 이길 수 없으니 곧 패배이고 절망입니다.

 수렁에 빠진 나에게 대대장이..

 "그래도... 즐거웠지?"

 라고 말하니, 내 마음이 절로 즐거워져 통쾌하게 웃습니다.

 "하하하하"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도 즐거웠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좋았었는데요.

 

  

 내가 당신에게 혹 마음이 상해 화가 많이 나서 말걸기도 싫고 쳐다보기도 싫어져 오늘은 자리를 피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당신의 따뜻한 미소와 즐거웠던 기억, 그리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었던 속 깊은 대화들이 고스란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니 내일은 또 변덕스럽게 당신을 그리워하며 찾을지도 몰라요. 내일 일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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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 2009.09.15 10:28
    자아를 망각할 때, 자유를 얻죠~~ 이거는 목표고~~
    적어도 거기로 향해 가는 과정은 참 즐거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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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이 2009.09.15 11:43
    병인이 글은 병인이가 들려주는 느낌이 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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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인 2009.09.15 18:39
    ㅋㅋ A형 간염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아요 ㅎㅎㅎㅎ
    참 그리고 울집(복음농장)에서 요즘 옥수수와 곤드레나물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강원도 옥수수 좋아하시는분들은 사드셈 ㅋㅋ
    주문은 이곳에서: (www.gospelfar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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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음 2009.09.15 20:12
    저런 거 있어요.. (나도 올리고 싶은 거 하나 있는데 담에.. ^^)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그 토록 얄미운, 형사가 범인이라 확신하는 젊은 애에게,
    갑자기 "니 밥은 묵었나" 뭐 이 비슷하게 물을 때... 와락.. '우리 모두 불쌍한 인간들'이란 정서로 묶이는.. -_-;;

    난 미친 스케쥴이 막바지로 가고 있슴다 (9월24일 전에 해방될듯)..

    병인 형제 집이 농장? 찬찬히 볼게요. 음.. 어쩐지 곤드레 나물이 땡기는 걸요?

    모두 모두 안녕! 9월24일 이후에 맥주 한 잔이라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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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인 2009.09.15 23:34
    맥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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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봉기 2009.09.16 20:57
    임도사님 언제 청년회에서 복음농장 구역 예배 보러갑시다 차량하고 기타 준비는 사부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버님 어미님 모두 건강하시지요 보고싶습니다 정말 좋은 부모님입니다 살아있는 예수님입니다 임병인 형제는 복도 많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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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이 2009.09.16 20:59
    하이트의 '유림치킨' 완전 생각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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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인 2009.09.17 10:04
    네~
    추석지나고 날짜 잡을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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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냥이 2009.09.18 23:10
    ㅋㅋㅋ 누나들 병인네 복음농장 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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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살쾡이 2009.09.24 14:11
    사북 나도 콜^^(가능하면....ㅎㅎㅎ)

    그런데, 갑자기 여기가 너무 조용해진것 같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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