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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2002.01.16 23:37

[1995.03.26] "종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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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이현주

 "종의 의무"

(성서본문: 누가복음 : 7∼10)

 

 

1995.03.26

이현주 목사




   지금까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엄청난 축복을 받은 사람입니다. 드디어 저도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코뼈가 부러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시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회답을 주셨습니다. 네 생명은 언제나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을 네가 잊고 있기에 기억시키느라고 였습니다. 언제고 한번 확인시키기 위해서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다른 방법들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콧대가 부러지게 하셨는지요? 그런데 답은 네가 잘 알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일어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천하 사람들아 여기 이현주가 있다, 하나님의 일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게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제가 콧대를 세우려 하기에 그렇게 먼저 콧대를 낮추었다고 하셨습니다. 네가 말하는 '나'는 원래 없는 것이다, 착각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원래는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그것을 사고가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두 달 잘 쉬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어느 교회에서 시골서 시무하는 목사들을 초청하여 위로하는 모임을 마련하여 간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설교를 하게 되었는데 먼저 어느 한 분이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분이 여러 에피소드를 말씀하셨는데 그 내용 중 하나는 연고 없이 떠돌아다니는 청년을 만나 그 뒷바라지를 해주며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주었다는 얘기였습니다. 한국서는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찾았으므로 부활시켰다는 얘기, 그리고는 그런 저런 에피소드를 계속하며 자기가 한 일들을 나열하느라 시간을 아주 많이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정작 할 얘기는 다 못했다며 끝을 내어 그 덕에 제가 얘기할 시간은 짧았습니다.


   오늘 누가복음의 말씀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말입니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돌아 왔는데, 주인을 위한 밥을 지으라 하고는 그 주인이 먹는 동안 기다리며 시중들라 하고, 그리고는 수고했다는 말도 없었습니다. 종의 입장에서 보면 기대할 수 있는 위로의 말도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할 일만을 했다고 생각해라, 불만이 나오더라도 하지 말라, 등 냉정하고 차디찬 말을 한 것입니다. 사랑이신 주님이 어찌 그런 냉철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요즈음 세상은 뼈 속까지 병들게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뭔가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을 하기 전에 우린 이미 병들어 있다는 인식부터 해야 합니다. 저 자신을 볼 때 먼저 느끼는 병중의 하나가 자기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자체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것으로 인해 무언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최소한 하나님은 알아주시겠지 하는 기대감, 그 의미를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모든 것을 점수로 판단하는데 익숙해져서 우리의 삶도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학교에서 집에 평소 때 돌아오던 시간보다 늦어지면 왜 늦었느냐, 어떤 일을 하면 왜 그랬느냐고는 묻지 않고 오로지 점수가 기대보다 나쁘면 왜 점수가 이러냐는 질문만을 받다보니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저에겐 형이 있었는데 머리가 기가 막히게 좋아서 1등만을 하며 학교생활 12년간을 우등생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졸업하자마자 데려가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 2때 내가 학문적 머리가 아님을 알고 공부에 대한 노력을 그만두었습니다. 형이 얼마나 머리가 좋았는가 하면 어떤 때 수학시험을 보다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비슷한 문제를 칠판에 푸시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이 나서 그 문제를 풀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한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도 1등을 하지 못하면 그것이 이상한 것입니다. 형은 시험 때도 장기를 두고 놀기만 했으며 공부는 하나도 안 했는데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시험 때면 항상 비상이 걸렸고, 머리에 띠를 두르고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미분 적분을 설명하시며 처음부터 잘만 들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기에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했는데 20분 동안 열심히 듣고 나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식만 외우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을 꺼라 하셔서 이틀 동안 벽에 공식을 붙여놓고 공식을 외웠는데 한 1주일이 지나자 내 머리 안에서 공식들이 뒤섞여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35등 정도였는데 이렇게 열심히 해서 17등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그것 봐라 하시며 너도 하면 된다고 하시기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노력을 3-4배 해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내편이 아니었습니다. 동생도 공부를 아주 잘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아는데 공부를 못했다는 사실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못해서 느꼈던 아픔, 그 고통을 다시는 내가 나에게 안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위로합니다. 또한 내가 최선을 다 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나의 탈란트에 충실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머리가 나쁜 게 왜 내 탓입니까? 엄마 탓도 아닙니다. 하나님 탓이겠지요.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회는 점수로 판단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도 모르게 하라는 것입니다. 착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그들이 주님 언제 우리가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이와 같이 어디선가 누가 좋을 일을 했는데 누가 했는지 모르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는 숨어버리면 좋겠습니다. 마치 어두운 방이 환해 졌을 때 왜 그런지 아무도 묻지 않듯이 말입니다. (설교 청취후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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