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2019
2019.05.14 16:58

[2019. 05. 05] “가족”

(*.196.21.208) 조회 수 38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Extra Form
설교자 윤소정



“가족


 

2019년 5월 5

공동체 열린예배



밥은 먹었니? _ 윤소정 자매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1.jpg


: 라윤아, 가족이 뭐야?

라윤: 가족이 가족이지 무슨 가족이야! 가족이 가족이지.


일곱살 라윤이에게 가족은 그렇게 자명한 것이었던가 봐요. 오늘 나눌 이야기를 준비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그래서 라윤이에게 물었더니, 무슨 그런 질문을 다 하냐는 얼굴로 엄마, 가족은 가족이지!”를 연신 반복하더라고요그런데도 저는 생각할수록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날 이순영 선생님 사부님이신 장석진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를 드리고 와서 알았어요화장장까지 따라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너무 춥고 허기가 지는 거예요철에 맞지 않는 스웨터를 꺼내입고 두꺼운 양말을 꺼내 신고 진하게 커피를 한잔 내렸어요그리고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서 그 안에 치즈를 한장 넣고 주방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빵과 커피를 먹었어요.

 

그 때 갑자기 알 것 같더라고요. 저한테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결혼을 하고 저는 공부 때문에 남편과 떨어져있다가 라윤이를 낳고 한국에 들어왔어요남편의 직장 때문에 낯선 도시로 이사를 했고 어린 라윤이와 태 중에 태율이를 품고 섬처럼 지내던 때였어요.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2.jpg


그 때, 이순영 선생님께서 집에 불러다가 뜨뜻한 소고기 버섯 전골에 땅콩이며 콩이며 온갖 잡곡을 잔뜩 넣고 영양밥을 지어주셨어요그 한 상 위에는 최순님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고추장에 잘 박아놓은 향이 진한 더덕 반찬도 올라왔고요. 집에 갈 때는 조혜자 선생님께서 라윤이랑 먹으라고 일산에서 유명한 빵집에서 사오신 맛있는 빵을 가방에 잔뜩 넣어주셨어요. 제가 그 때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아서 아이가 잘못 될까봐 마음 졸이느라 양껏 못 먹고 늘 배고픈 산모였거든요그런데 그 날은 혈당이고 뭐고 그냥 마음이 푹 놓여서 밥 한 그릇을 뚝딱 빵도 차도 실컷 먹었어요. 생각해보니까 저에게 가족은 그런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는 사이더라고요.


비슷한 시절을 살았던 서희 언니가 설움타지 말라고 만들어 주었던 설탕 안 들어간 치즈케이크, 연말 모임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제 입에 윤경언니가 연신 떠넣어주던 상콤하고 달콤하고 이국적인 향의 음식들, 원영언니의 보글보글 부대찌개, ‘저 음식 다 먹으면 어딘가 고장나고 말지싶게 상다리 휘어지는 우리엄마 밥상, 제가 내려간다고 하면 새벽부터 텃밭에서 키운 약재를 넣고 몇 시간이고 고아서 진국이 따로 없는 우리 아버님 오리탕, 그런 음식들이 생각났어요. 마음이 추운 날에도 그렇게 밥상 앞에 마주앉으면 뜨끈한 것을 입안에 밀어넣게 되고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겐 그렇게 밥상에 둘러앉는 사이가 가족인 것 같아요.

 

밥이 중하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라는 말도 생각나고 얼마 전 심리적 응급상황을 중재하는 전화 상담사로 일하시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어요. 자살 위기의 아이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대화가 그거래요.


너 어디야? 밥은 먹었니일단 밥부터 먹자.


그거래요.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3.jpg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했더 날의 오후,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안고 엎고 다니던 저희집 두 아이는 이제 7, 5살이 되었는데요.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4.jpg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에 갔어요. 유치원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라윤이가 유치원 가방에 편지를 한장 테이프로 잘 붙여가지고 나왔어요. 저에게 쓴 거라고 해서 펼쳐보니 이런 메시지가 적혀있었어요. “엄마, 매일매일 밥해조서 고마워라고요. 역시 가족은, 밥인가 봐요.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5.jpg

 

27D1AA79157440F433D454FA6990E22C_6.jpg


저에게 밥은 하늘이고, 하늘을 나누는 사이가 가족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들, 모두 아침밥 드셨나요?

이따 예배 끝나고 같이 밥 먹어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설교자
1102 2019 [2019. 09. 08] “홈 커밍” file 2019.09.10 권진관
1101 2019 [2019. 08. 18] “율법의 끝마침과 완성” file 2019.08.21 김이수
1100 2019 [2019. 08. 11] “1945년 여름, 2019년 8월” file 2019.08.14 서광선
1099 2019 [2019. 08. 04] "녹두꽃" file 2019.08.08 손경호, 임금희
1098 2019 [2019. 07. 28] “딛고 선 현실, 향하는 시선” file 2019.07.31 김성수
1097 2019 [2019. 07. 21] “도반(道伴) - 순례자(巡禮者)” file 2019.07.26 김용덕
1096 2019 [2019. 07. 07] "여행" file 2019.07.23 신영환, 우신영, 정선자
1095 2019 [2019. 06. 30] “침묵하는 하나님, 아파하는 마음” file 2019.07.12 김희국
1094 2019 [2019. 06. 16] “창틀에 걸터앉은 청년” file 2019.06.19 남기평
1093 2019 [2019. 06. 09] “소통하도록 이끌며 희망과, 능력 주시는 성령을 믿습니다.” file 2019.06.13 최만자
1092 2019 [2019. 06. 02] “녹색은총” file 2019.06.13 이경옥
1091 2019 [2019. 05. 26] “칼과 귀, 치유와 평화 : 평화신학과 신앙을 위하여” file 2019.05.31 한완상
1090 2019 [2019. 05. 12] “수운과 만해와 전태일의 하나님, 우리 조상들의 하나님” file 2019.05.15 김상봉
» 2019 [2019. 05. 05] “가족” file 2019.05.14 윤소정
1088 2019 [2019. 04. 28] “거룩한 수고자들” file 2019.05.03 송진순
1087 2019 [2019. 04. 21] “하나님 나라를 구하라” file 2019.04.26 박민수
1086 2019 [2019. 04. 14]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file 2019.04.16 박요셉
1085 2019 [2019. 04. 07] "봄" file 2019.04.12 임동숙, 이상길, 최서희, 김문음
1084 2019 [2019. 03. 10] “백년의 기다림” 2019.03.22 김정수
1083 2019 [2019. 03. 03] “내가 새길을 걷는 것은” 2019.03.08 김영란 외 8명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6 Next
/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