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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2009.11.19 14:01

루저

조회 수 3472 추천 수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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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한 여자 대학생이 텔레비전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며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고 해서 큰 소란이 났다.
나는 포털의 메인 화면에 뜬 기사를 보고 그 일을 알았는데 내가 본 기사엔 두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는 예의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낱말까지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스펙이 좋다면 사랑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두 번째 이야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단지 내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서가 아니라 매우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인터넷 마녀사냥 시비가 날 만큼 일파만파 퍼져나갔지만, 두 번째 이야기는 마치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양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사라진 이야기에 공감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야기도 그 절반, 즉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부분은 사라져버렸음을 알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역시 공감한 것이다. 결국 남은 건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말뿐인데 그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물론 자신이 루저라는 말에 발끈했지만 그 반발엔 꽤 중요한 사회적 맥락이 들어 있다.

이제까지 대놓고 외모를 상대 성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말하거나 경쟁력 없는 외모를 가진 상대 성에 대한 경멸을 공공연히 표시하는 건 남자만의 권리였다. 이를테면 경쟁력 없는 외모를 가진 여자에 대한 경멸은 오늘 한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지존이라는 <개그콘서트>엔 아예 그런 캐릭터만 전담하여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여자 코미디언이 있으며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여자를 보면서 웃는다.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말은 그 공고한 체제에 대한 도발이었다. 그 여대생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내용이 바람직하든 않든, 매우 중요한 사회적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같은 이야기도 미국의 마돈나가 하면 사회적 도발이 되고 한국의 여대생이 하면 골 빈 소리가 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 여대생의 사회적 도발은 그뿐이 아니다. 그 여대생은 오늘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번 생생히 알게 해주었다.

말하자면 그 여대생은 우리가 사람을 됨됨이가 아니라 스펙으로 평가하며, 그런 사실을 더 이상 숨기려 들지 않을 만큼 닳고 닳은 사람들임을 알게 해주었다. 양식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오늘 이명박 반대를 외치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사람들은 내가 왜 ‘우리’에 포함되는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명박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정말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다른가?

글이나 말, 혹은 기사나 성명서 따위 말고 실제 삶에서 말이다. 하긴 다른 구석도 있긴 하다. 이를테면 이명박을 지지하는 부모들은 편안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지만 이명박을 반대하는 부모들은 매우 불편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교육 목적이 인간이 아니라 스펙이라는 점은 같지만 표정만은 정말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정말 이명박을 반대한다면 그래서 이놈의 세상을 눈곱만큼이라도 바꾸고 싶다면, 우리가 이명박과 다른 사람이어야 하고 우리 아이를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도 현실이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그렇다면 우리는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이명박과 사이가 나쁜 사람들일 뿐이다. 여전히 억울하게 느껴지더라도, 사실이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루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인터넷에 쫙~ 퍼진 사건이라
아이들은 앞다퉈 '사건의 진상'에 대해 말했고
(이런 소식을 접하는데 아주 느린 엄마를 위하여--;;)
이에 대해 남편도 몇 마디 의견을 건냈다.

마침 오늘 신문에 이 일에 대한 김규항씨의  글이 실렸다.
읽으며 많은 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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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소리 2009.11.19 16:25
    11월9일 방송분에서 여대생 이 모씨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미수다'는 대본 논란으로 번졌고, 제작진은 관련 해명을 내놓았다가 삭제하는 해프닝을벌였으며 제작진의 석연치 않은 행보에 시청자들의 원성은 더욱 커졌다고 합니다.
    논란은 이 씨의 발언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화살은 제작진의 사후 처리 태도로 쏠려있다고 합니다. 이 씨는 당시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가 싫다. 외모가 중요시 되는 시대에서 키는 남자의 경쟁력"이라며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말했으며 방송 직후 해당 발언에 대해 항의글이 빗발치자 이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해명글을 올렸답니다.
    이 씨는 '루저'발언에 대해 "제작진이 준 대본"이라며 "작가들이 대본을 따라주길 원했고, 그 대본에는 '루저'라는 단어와 함께 제가 방송에서 이야기 했던 그대로가 적혀있었다. 대본에 쓰여져 있다고 해서 그대로 말한 저의 신중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전했으며 이 씨의 미니홈피는 현재 폐쇄된 상태랍니다.
    막말 발언이 대본 논란으로 옮겨지자 제작진도 같은날 공식 입장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답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인위적인 대본에 의한 방송은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답니다.
    제작진은 "의도와 달리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면 유감"이라며 "프로그램에서 솔직한 생각을 말해준 출연자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비판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모든 비평과 조언은 특정출연자나 발언이 아닌 '미수다' 프로그램을 향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전했으나 정작 비판의 글이 쇄도하자 1시간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답니다.
    이와 관련 KBS 측은 "제작진과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며 "게시판에 올렸다는 입장도 사전에 회사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 스스로 게재했다가 삭제한 것이라서 내용을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답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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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인 2009.11.25 17:03
    ㅎㅎ 외모에 대한 비하발언은 티비에서 항상 나오는 표현방식인데 왜 유독 '미수다'의 루저발언이 문제가 되었는지 의아하네요. 아마도 남자들 생각엔 미녀는 그런 나쁜말 하면 안된다.. 라는 인식이 있었던것이 아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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