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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이 새길교회에 나온 지도 벌써 7년이 됐네요. 그때 한봄이 나이가 7살이었는데 어느새 6학년 언니로 자랐습니다.

 

저희가 새길교회에 온 것은,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아이들에게 좋은 교회를 찾아 온 것이 아니라, 저희 부부의 종교적 갈증을 찾아 헤매다가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새길교회 어린이 부서의 상황이 어떤지는 별 안중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때의 어린이부는 한 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아이들을 다 통틀어봐야 얼마 되지 않는 숫자여서 굳이 유치부니 초등부니 하는 말을 붙일만한 것도 없었지요. 그래서 한봄이는 늘 한 살 어린 희산이라는 남자아이와 놀았습니다. 희산이가 나오지 않는 날은 집에서 싸들고 온 색종이랑 가위, 풀을 가지고 어른 예배 때 저희 옆에 앉아서 부스럭거리며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아이가 심심해 할까봐 항상 이런 걸 싸들고 다녔지요^^;;)

그렇게 몇 년 쯤 지내다가 점차 동생들도 생기고  언니, 오빠들도 새로 들어오고....선생님도 몇 분 더 오시고....그러다보니까 어느새 유치부랑 어린이부를 나눠야 할 만큼 아이들도 늘어나고....그래서 어린이부는 3층에 따로 방을 마련하게 되고...대충 이렇게 시간이 지났네요.

요즘도 가끔 2층에서 예배를 드릴 때면, ‘난리부르스’를 추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여기저기 모여 앉은 부모들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처음 이 교회에 왔을 때만해도 2층에서 그렇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땐 2층 체력단련실이 얼마나 썰렁하고 넓어보였던지...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많이 모여 이런 저런 새로운 상황이 생기고, 그래서 ‘사친회’라는 모임도 가지게 된 지금이 참 감사합니다.

 

형제들끼리 지고, 이기고, 뺏고, 뺏기고, 울고, 울리는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자라야 할 텐데, 요즘은 형제라야 하나 아니면 둘이 태반인지라 이 또한 마음껏 겪지 못하는 게 아이들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무엇보다도 한봄이가 이곳에 와서 많은 동생들과 어울려 놀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 가운데 크고 작은 싸움과 갈등도 겪는 듯하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은 한봄이 혼자였으면 아예 없을 상황이었겠지요. 옆에 누가 있어야 싸우든 놀든 할 테니 말이지요.

 

저희는 지금 어린이부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생기게 되고, 거기에 '알맞은 시스템'이 필요한 때라고 여깁니다.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말이지요.

아이를 키워보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자꾸 바뀝니다. 아기 때 옹알이를 하며 방긋방긋 웃다가, 조금 자라면 ‘땡깡’을 부리며 길바닥에 눕기도 하고, 또 조금 자라면 엄마 치맛자락만 붙잡던 녀석이 친구가 더 좋다며 배신을 때리기도 하고, 그리고 사춘기가 되면 매사에 ‘삐딱선’을 타기도 하고...이런 변화는 그저 자라는 과정에서의 변화일 뿐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길 어린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한봄이가 아주 심심해 할 만큼 아이들이 적은 상황이든, 지금 이렇게 아이들이 늘어나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는 상황이든 그저 변화가 일어난 것일 뿐이라고 여깁니다.

 

사람들은 배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합니다. 저희는, 배려란 단지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배려란,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가 상대편에도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아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욕을 하는 아이나, 그 욕을 듣고 마음 아파하는 아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이나 다 그 안에 그리스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배려의 출발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욕을 하는 아이에게 단지 그 욕을 못하게 하는 방편을 짜내려 애쓰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씨앗에 물을 주는 ‘느린’ 방법을 택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씨앗에 물을 줘서 쑥쑥 잘 크면, 욕을 하고 남을 괴롭히는 나쁜 씨앗은 그늘에 가려져 점차 시들게 될 것입니다. 저희는 이것이 종교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사회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느린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을 미워하고 따돌리고 욕을 하는 아이에게 왜 그러느냐고 , 그러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요즘 어떤 게임을 하는지, 학원 다니기는 지겹지 않은지, 누구랑 제일 친한지... 이런 걸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강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잘못 했던 일에 괴로워하거나 미래의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주에 친구를 따돌렸던 아이가 오면 이번 주에 그 아이의 습성이 고쳐졌나 아닌가를 두고 보기보다는 마치 처음 만나는 사이인 듯 그렇게 신선하게 대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지난 것은 다 잊어버렸고, 그저 오늘을 살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나쁜 습성’일지라도 아이이기 때문에 그 습관의 꼬리는 길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주변에서 계속 ‘고쳐야 할 어떤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하면, 문제가 달라지겠지요. 왜냐하면 아직 자신이 가진 성향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타인에 의해 그것의 좋고 나쁨이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의 잘못을 지적할 때 무엇보다 지적하는 어른의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그런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신앙공동체를 통해 친절함을 배우려고 왔지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는 앞으로 새길 어린이부가 잘 운영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통제할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아이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본성을 살리고, 그것과 교감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면 좋겠습니다. 우리들 태도의 변화 없이 계속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한 아무리 효과적인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상황은 늘 변하기에, 시스템은 언제나 불충분할 테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겠지요.

 

강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예배시간에(5분이든 10분이든) 떠들지 않는 아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어른들이 아무리 예배의 집중과 경건함을 강조하며 아이들을 그 틀에 맞추려 해도 매번 “조용히!”라는 말을 하게 되니 말이지요.

어른이 된 우리는 같은 예배 형식 속에서 신을 경배함으로 서로 위안을 받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함께 위로받고 나눠야 할 어떤 공통된 의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예배시간에 떠드는 것=나쁜 것”이라는 공식에 저희는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어른 예배시간에 그렇게 떠들며 예배드릴 만큼 용감한(?) 어른이 없는 걸 보면, 아마 그맘때가 그럴 시기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희는 매주 활발한 모습으로 새길 어린이부를 찾는 아이들에게 일단 고마움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아픈 것만큼 보기 싫은 모습도 없습니다. 건강하니 떠들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일상의 많은 좋은 면은 의식하지 않고 흘려보내면서, 문제가 된다고 보이는 행동만을 지적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대지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매주 나와서 계단을 뛰어 올라 어린이부에 갈 수 있다는 것, 시끌벅적 밥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싸우고 울고 욕하고....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또렷하게 의식해야 할 “기적 같은 일상”입니다.

갈등과 싸움은 새길 어린이부에만 있는 특수 상황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나 작은 사회이기에 어른 못지않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다만 그 갈등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에 “평화”가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저 뜯어 고쳐야 할 “정의” 만 존재하는가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저희는 전자가 되지 않으면 후자도 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사친회를 통해 근래에 새길에 와서 아이들을 어린이부에 맡긴 부모님들의 많은 걱정을 듣게 됐습니다. 어린이부의 부흥(?)만으로도 감격하는 저희와는 달리, 또 다른 시각으로 어린이부를 바라보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분들 말처럼 어쩌면 새길 어린이부는 이제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새길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밥상을 나누고, 이런저런 모임을 가지며 종교적 감수성을 회복합니다. 그런 행위 못지않게 새길 어린이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공을 차는 것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의 평화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봄 아빠, 엄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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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음 2010.05.19 02:07

    우리의 좋은 씨앗에

    볕을 주고 물을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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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엽 2010.05.19 23:55

    우리는 신앙공동체를 통해 친절함을 배우려고 왔지

    행위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매우 값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
    노희권 2010.05.20 05:27

    제가 이공동체에 처음 왔을 때에 공동체 내에서 가까이 교류하던 분들과 대화 중에

    자주 주고 받은 단어 몇개가 떠오릅니다.

     

    다양한 스팩트럼, 느슨한 것 같지만 탄탄한 공동체, 그리고 그 정체성...

  • ?
    이현아 2010.05.21 00:28

    구구절절 너무나도 귀한 말씀입니다.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또한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부모님들과 교우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커나갈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조성희 2010.06.14 11:14

    음... 우리의 종교적 감수성이 회복되면,...  아이들의 움직임을 나의 모습으로

    보게 될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

     

    새삼  어른들과 함께 크는 아이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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