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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고 문동환 목사님의 장례예배 중 한완상 형제님의 조사를 깊은 애도와 추모의 마음을 담아 공유합니다.) 


 


문동환 박사를 보내며

 

역사의 별 하나 또 졌습니다. 한국 역사에서 예수사랑실천으로 민주화 운동을 더 세차게 흐르게 했던 신앙인, 신학자, 교육자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칠흑같이 암울했던 유신 폭압상황에서 산업 노동자들, 특히 젊은 여성노동자들이 더욱 잔인하게 짓밟혔던 그 때, 그는 용기 있게 팔을 걷어붙이고 그녀들의 인권을 위해 산업 선교의 일꾼으로 헌신했습니다. 그가 이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예수의 복음과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무엇인지 제도 교회들이 알려고 하지 않을 때 문동환 박사는 강단과 교단에서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진정한 예수복음을 외쳤고 실천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아모스였고 미가였습니다. 그의 형 문익환도 동생의 용기 있는 선지자적 실천에서 영감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마침내 그의 형도 우리 시대 가장 감동적인 평화 예언자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정말 형제는 거룩하고 장했습니다.

 

저는 그가 떠돌이 목자로 미국에 와있을 때 그와 가까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 거하면서 저는 일주일에 한번 쯤 워싱턴에 갔습니다. 그곳에는 육군교도소에서 곧장 워싱턴으로 공수되다시피 전격적으로 오신 김대중 선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에 오게 되면 주로 문박사 거처에서 자곤 했는데, 그 때 그의 집은 상당히 넓고 또 어지러우면서도 자유로웠습니다. 아마도 진짜 떠돌이로 고생했던 당시 민중들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짐짓 질서 없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 듯 했습니다. 저는 그 곳을 항상 무질서하지만 평안을 주는 집(disorderly comfortable house)’이라고 했지요. 떠돌이였던 문박사가 다른 떠돌이들의 평안을 주기 위한 처소를 그렇게 마련했던 것 같았습니다.

 

문동환은 그의 형과 함께 고집 센 꿈쟁이였습니다. 그 꿈은 우리 시대의 바로 왕들에게는 겁을 주는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꿈은 무서운 역사 실천력을 뿜어냈기에, 평화와 공의를 바랐던 민중에게는 엄청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가 외유 중 광주학살 소식을 듣고 바로 귀국하려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울분을 삼키며 아내가 있던 미국으로 가서 민주화와 통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저는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으로 잠시 고생하다가 서남동 박사와 함께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습니다. 출옥한지 일 년도 되지 않아 기적적으로 저는 미국에 갈 수 있었습니다. 레이니 에모리대학교 총장과 이승만 목사 같은 분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미국 아틀란타로 갔는데 일 년이 지난 뒤 동지들의 권유로 뉴욕으로 왔지요. 문박사를 정성껏 도와주었던 분들이 저에게도 환대를 해주었고, 뉴욕의 목요기도회 분들이 저의 가족들을 잘 돌보아 주었습니다. 제가 뉴욕에서 기거했던 곳도 미국 장로교의 수양관(Stony Point Center)이었는데 문박사 가족들도 그 곳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한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제 문박사는 거의 한 세기의 파란만장한 삶을 뒤로 남기고 아바(Abba) 하나님과 면대면 소통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질서로 훌쩍 떠났습니다. 지금까지 희미하게 보이던 아바의 사랑의 뜻이 이제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새로운 차원의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지금은 아바와 얼굴을 마주보며 그 사랑의 깊이를 감동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안타깝게도 부분적으로만 알 수 있었던 진리가 이제는 그 진리 전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흐뭇하게 바로 보며 미소 지을 것입니다. 게다가 그 새 질서에서 그간 서로 아꼈던 동지들, 사랑했던 가족들을,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암울했던 유신시절 우리 기독자 교수들은 자택을 한국적 카타콤베 같은 곳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거기서 정겹게 만나 각자 소통의 보따리를 풀어 놓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분하며 뜨거운 동지애를 나눴습니다. 이 분들도 문박사의 그 곳 오심을 환영해 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 조사에서 저의 안부를 그 분들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안병무, 이우정, 이문영, 서남동, 현영학, 노명식, 조요한 등 여러분들께 저의 그리움을 전해주십시오. 우리는 그 때 비록 괴롭고 외롭고 힘들었으나, 우리 모두 종말론적 희망에 불타 서로 격려하며 신나했습니다. 유신권력의 날카로운 감시를 따돌리고 서로 돌아가며 몰래 집에서 만나 그 종말론적 희망으로 우리한 몸, 한마음으로 뭉쳤습니다. 그 때가 그리워지기에 그리고 우리들의 종말론적 희망이 아직도 우리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것입니다.

 

문 박사께서는 이제 그 곳에서 떠돌이 노릇을 할 수 없게 되어 시원섭섭하시겠습니다.

그 새 차원에서는 사랑의 아바와 부활의 예수그리도께서 벗님들과 항상 기뻐할 수 있고, 범사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동체를 마련해 주실 것이기에 문박사께서도 더 이상 떠돌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육신과 역사의 질서에 살면서도 종말론적 희망이 식지 않기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곳의 기쁨과 감사를 여기에서라도 조금이나마 앞당겨 맛볼 수 있다고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아바의 명령에 따라, 부활의 예수그리스도와 함께 손잡고 다시 역사 현실에 내려와서 새 하늘, 새 땅의 질서를 재창조하게 될 때 그 때야 비로소 저희들의 종말론적 꿈은 역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모든 예언자들이 꿈꾸었던 새 질서, 다시 말해 정의와 평화가 서로 껴안고, 사랑과 공의가 단비처럼 내리는 완벽한 새 질서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강대국들의 갑질로 우리 민족과 민중의 트라우마가 켜켜이 쌓여 있는 분단된 조국 한반도에서 마침내 저희들의 종말론적 꿈이 아름답고 우람한 새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아바의 뜻이 이 땅에서 이뤄질 때 우리 모두 만나 얼싸 껴안는 기쁨을 다시 누리게 될 것입니다. 9888124하셨음을 다시 축하드립니다.

이 일을 위해 먼저 가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완상 조사를 갈음하며

2019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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